외산 휴대폰의 무덤이라 불리우는 한국시장에서 HTC에 이어 또 하나의 외산폰 업체인 모토로라가 모바일 기기 마케팅 조직을 포함해 한국내의 모바일 기기와 관련된 대부분의 조직의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발표했습니다.

스타택, 레이저와 같은 걸출한 휴대폰을 배출하며 휴대폰 시장을 선도했었던 모토로라는 계속되는 적자로 경영상황이 악화되어 구글에 팔렸습니다. 구글은 125억달러, 약 14조 25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모토로라를 샀지만 M&A이후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모토로라는 수년간 지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은 거의 하지 않은 상태였었기 때문에, 모토로라의 방대한 조직과 적자 때문에 구글의 영업이익은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이미 구글에 모토로라가 인수되기 전부터,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지적재산권 포트폴리오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그외의 모든 사업부서는 매각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미 예상되어졌던 것처럼 구글에서 모토로라의 홈사업부 매각을 추진한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습니다. 홈사업부는 케이블TV 장비와 셋톱박스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조직입니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이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오고 있으며, 이번 한국시장의 휴대폰 사업부문의 축소(사실상 폐쇄) 역시 이같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삐삐를 쓰다가 제가 처음으로 사용했던 휴대폰은 삼성 폴더폰이었었고, 당시 스타택은 동경의 대상이었죠. 안드로이드폰으로 모토로라 제품은 모토글램만을 써봤지만 기본에 충실했던 제품이었던 까닭에 보급형이었음에도 꽤 오래 사용했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항상 기본에 충실했던 모토로라 제품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최근 HTC의 한국시장 철수에 이어, 모토로라 철수, 조만간 소니 역시 철수하거나 축소할 예정이라는 소문까지 있습니다. 외산폰이 가지는 AS의 한계와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에 실패한 외산폰 업체들은 올해에는 거의 신제품을 출시조차 못하고 있던 상황이니, 언제 철수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죠. 결국은 모토로라라는 거인마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고 마는군요.

소니는 최근 엑스페리아V 등을 전 세계적으로 출시하며 부활을 노리고 있는데, 한국시장에서는 항상 한발 늦게 출시를 함으로써 뒷북을 치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 아니거나 시장공략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겠지만 말입니다.

휴대폰, 무선기기의 대부와도 같은 모토로라의 한국 사업중단은 정말 많은 감회를 느끼게 합니다. 얼마나 빠른 변혁이 휴대폰시장을 몰아치고 있는지, 얼마나 심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지... 삼성과 애플의 치열한 법적 공방 역시 이런 치열한 경쟁속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하는 기업의 생존본능 때문이겠지요.

다음은 모토로라의 안내문 전문입니다.
 

12월 10일, 우리는 연구 및 개발, 그리고 소비자 모바일 기기 마케팅 조직을 포함한 한국 내 대부분의 조직에 대한 운영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한국에 있는 우리 직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우리는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R&D 조직을 재편하고 있으며, 가장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에서의 변화는 이러한 우리의 계획을 반영한 것입니다.

한국에 있는 홈 사업부와 아이덴 영업 조직은 계속 운영될 예정입니다. 또한, 우리는 한국에서 판매된 모바일 기기에 대한 품질 보증 지원 및 고객서비스는 앞으로도 계속 제공할 것입니다.

이번 결정은 어려웠지만 불가피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 있는 우리의 유능한 직원들이 수년 동안 이뤄낸 성과와 많은 기여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국에 있는 연구 개발 인력 중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직원들에게 다른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 외 직원들은 가능한 순조롭게 전직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동안 성원을 보내주신 한국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